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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어,엽기,섹시 모음/♨생활 유머

이 결혼 물려 주세요(퍼온글)

by 땡초 monk 2007. 12. 3.
어제 저녁 케이블에서 쏘우 시리즈를 한편 봤다. 1편인지 2편인지를 잘모르겠고

보는 내내 극한의 공포에 대해 생각하게한 영화였다

나도 일생에 저런 공포감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12년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웃기게 생각하시겠지만 난 음식을 앞에 두고 그런 극한의 공포감을 느꼈다

바로 "홍어"



음식이야 안먹으면 그만이라고 하시겠지만 그 자리가 처가집에 첫인사 자리였다면....



전 고향이 경상도 제 아내는 전라도 물론 둘다 어렸을때 서울로 왔다. 하지만 집안은

여전히 경상도와 전라도



첫 처가집에 인사드리는 저녁시간. 장모님이 말바우시장(?)이란 곳에서 직접 아는분

에게 공수 했다는 홍어가 놓였다

아이스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전 10 여년간 잊고 지냈던 중학교 구석진 운동장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 냄새를 맡았다.

" 오 냄새가 제대로 삭았는데 .."

"오 이거 진짜 제대론데.."

여기저기서 처가집 식구들의 함성이 들렸다



그런데 막상 상위 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홍어는 때깔도 윤이나고 크기도 회를 떴다기

보단 포를 떴다고 할 정도의 크기 일단 먹음직 스럽게 보였다.



생전 첨 먹어보는 홍어 맛이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점을 입에 넣었는데

"앗.."  그 재래식 변기에 놓였던 나프탈렌을 입안에 머금었다고나 할까

몇년간 만성비염으로 막혔던 코가 한방에 펑하고 뚫렸다

씹지도 못하고 넘기지도 못하고 입안엔 계속 침만 고이고...



"백서방 많이 먹소" 란 장모님의 한마디에 난 눈물을 머금고 넘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모님 젓가락의 홍어가 다시 내 입으로.

정말 공포였다. 난 그렇게 정신없이 나프탈렌 몇개를 삼켰다.



이때 한줄기 빛이 나에게 보였다. 아내가 국 한그릇을 내 앞에 놓았다

난 정말 눈물 나도록 국이 고마웠다. 뽀얀 생선국 같아 보였다.

숟가락 아니 국 그릇을 들고 한모금 벌컥 들이 키는데

"이건 또 뭐야.."  아까 홍어회가 나프탈렌을 입에 머금었다면 이 국 맛은

그 나프탈렌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은 맛이었다.



"그게 홍어탕이야. 홍어 내장으로 끓여서 아마 시원할거야 이게 진짜배기지"

장모님의 한마디.



정말 이 결혼 무르고 싶었다. 홍어 한점에 파혼이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겟지만

난 정말 그 순간이 공포 스러웠다

한번 입댄 국 그릇을 남길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국 한그릇을 다 비웠다.

정말 눈물이 났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쯤엔 밥상이 나가고 술상이 들었와 있었다

손위처남이 목포 압해도 에서 직접 잡아왔다는 세발낙지

" 오 이제 살았구나"

그런데 이것도 잠시 착각

장모님이 낙지 한마리를 손으로 훑으시더니 젓가락에 머리를 꿰어 둘둘 말더니

제 입으로 쑥

입안 가득한 낙지 한마리와 나의 싸움은 정말 30분 동안 이어졌다.



난 정말 음식앞에서 이렇게 나약한 내 모습을 한스러워 하며 처가집을 나왔다



지금이야 가끔 홍어가 생각나면 수산시장에 들러 한접시 사서 아내와 오붓하게

소주한잔을 기울입니다.

초등학교 아들놈이 냄새 난다고 난리를 치면 전 속으로

" 너도 임마 전라도 여자 만나봐 이 맛을 알꺼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