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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초 monk/♡자작 詩와수필

진경형을 그리며

by 땡초 monk 2007. 6. 10.
살며 생각하며…                                김진경

                (1)

누군가에 의해서 내 삶이 선택되어진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난 항상 스스로 선택했다.
무엇이던지 내가 결정했고 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사랑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선택한 사랑보다 내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초라했다.
하지만 나는 늘 초라함을 사랑하고자 했었다.
나를 더 가난한 존재로 만들며 자신을 더 사랑하고자 했다면
지나친 이율배반이었을까?
지나간 시간 속에 묻혀 있던 내 모습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의지에 의하여 회사를 떠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가족이 있는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누군가에게 말한 동정심, 죄책감,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
12년 동안 한번도 내 몫을 의심하지 않고 일만 해 왔었다.
그러나 남겨진 내 몫에 대하여 씁쓸한 뿐이다..
나역시도 내 삶에 대하여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에 의하여
선택되어진다는 사실에 분노할 뿐이다.

지금껏 내가 선택하기 위하여 모두의 삶처럼 힘겨운 투쟁이었다.
때론 내게 사랑으로, 희망으로, 윤리학 강의처럼 만난 많은 삶의 모습들이
나를 위로했지만 언제부턴가 내게 다가섬으로부터 특별한 반응을 보이기 싫었다.
말할 것도 없는 내 자신의 철저한 삶을 살고 싶었고 내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자유의지와 대면케 한 독백이었다고나 할까?
내 삶의 몰락과 파괴, 일탈과 증오, 반목과 대립, 그리움과 연민, 희망과 사랑..
고립을 자초하면서도 난 어느 누구로부터도 내 자유에 대한 질타나 구속으로부터
철저한 자유인이 되고 싶었고 타인의 자유에 대하여서도 간섭하지 않는..
이기주의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불현듯..
가슴에 솟구치는 모르는 그리움에 눈물 지을 때가 많았었다.
때론 알 수 없는 연민에 고뇌하며..
맑게 개인 쪽빛 하늘을 보면서 불거진 눈시울에 몸을 떨며..
때 이른 가을비에 씻긴 사물들이 왠지 정겹게 느껴질 때가 많았었다.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날이면 난 바람이라며 정의가 쇠퇴하는 세계를
두드리면서 내 예민한 감성을 달래느라 눈을 뜨고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날개가 없는 나는 무력했다..

아주 우습게도..
내 이러한 그리움과 연민으로부터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은
잃어버린 고대의 역사인 상고사(上古史)를 읽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이 살았던 조그마한 흔적에서 갈증이 해소되는 희열을
느꼈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그러한 시간의 역사에 몰입하며 미래를 미리
보고 있었다. 언젠가, 오직 한 사람만은 날 이해하고 사랑할 꺼라며 오랜 기다림을 시작하였다. 내 영감과 감성은 잃어버린 시간으로 채워진 허상인지도 모르지만..

너무 많은 약속을 자신에게 오래 전에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쓰러져 가는 자신을 보면서 거짓말이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의지에 대한 적의에 찬 모습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내 마음속의 사랑이었다.
난 오늘도 느낀다.
내 삶과 사랑과 희망으로 다가서는 삶의 모습들을.
그리고 변명하지 않겠노라고 또다시 다짐한다.

              (2)

내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 찾는 곳은 산이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아직 개방되지 않은 오지의 장소를 물색한 다음
그냥 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일 따위는 애초에 내게는 관심도 없다.
제일 깊고 험한 계곡을 선택해서 그 계곡을 따라 산에 오른다.
낯선 곳에서 숲이 깊어 갈수록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지만 나는 그 때 비로소 내 야성을 찾는다.
아니 내 진정을 찾는 것이다.
내가 두려움을 느낄 때, 내가 공포감에 사로잡혀 오지의 계곡을
혼자 오르는 모습은 내가 일상에서 만난 나의 모든 비겁한 모든
모습이 발가벗겨진 모습과도 같다..
이런 내 자신을 가끔 시험해 보고 싶어서
내가 두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의 나의 진정과 용기를
스스로 시험해 보고는 한다..

숲에서 만난 모든 식물들과 동물들의 모습은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다.
내가 그 이름을 모르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 생명들은 내게는
너무나 신비로운 대상이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곡 따라 그 주변의 동식물을 보는 것이
내게는 즐거움이다.
물이 있는 곳엔 모든 아름다운 생명들이 살고 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오직 신비로움일 뿐이다.

사람들은 깊은 오지의 산에서 짐승과 갑자기 조우를 하게 되면은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 문명사회가 가지는 이기에 쉽게 길들여진 탓이다.
또한 혼자일 때 느끼는 자신의 의지가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에서 만나는 짐승들은 오히려 나보다 더 놀라고 달아난다.
나는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해칠 마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보다 더 먼저 놀래고 도망가는 것이다.

내가 무력함을 느낄 때, 나에게 세상은 항상 커다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내 야성과 진정을 찾고자 두려움 앞에 스스로 나서고자 했을 때..
나보다 먼저 놀랜 짐승들이 급히 달아나는 것처럼..세상은 더 이상의
두려움이 아닌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사랑..
그리고 만나야 할 많은 존재들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모두 바꿔야만 한다.
자신의 용기가 그 지속성을 갖고 진정으로 원한다면 내가 두려워하는
세상 또한 나의 도전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리라..

우리의 인생에서 도전에 관한 자신의 첫 번째 문제.............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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