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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초 monk/♡춘란사랑하기

어느 난초보의 때늦은 후회

by 땡초 monk 2007. 11. 27.
어느 난초보의 때늦은 후회 (2005-04-07 20:35:23, Hit : 307, Vote : 0
  녹복륜^박광수

엉엉엉.........엉엉엉..........
좋은날에 왜 우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것이 인지상정.
좋아하던 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읍니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만나던 날부터 그님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마당쇠가 별당채 아씨를 사모하는 맘처럼 지내던 날이 몇날이었던가?
제눈에 안경이라고 한꺼번에 난초보의 희망사항을 만족하게 해 주셨던 님이었는데.........
작년 11월 어느날 가까운 근처의 야산으로 산채를 간적이 있다.
오르고 내리길 여러번.
이상한 느낌이 든다.
마치 한번 와본 장소 같기도하고,,,,,,,,,,,,,,,,,,,,,에게  방금전에 올라갔던 장소로 다시 내려온것이다.
난이 무리를 지어 놀고있어 잠시 흥에 겨워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계곡이네.
다시한번 주위를 살펴보니 미운 오리 새끼 한마리가 늦가을 바람에 떨고 있었다.
도화지처럼 하얀색의 잎에 약간 탁한 빛의 미색으로 복륜무늬가 아랫 부분까지 깊게 들어 있었고
끝부분은 산반의 무늬까지,,,,,,,,,,,아,,,,,,,,,,,,이님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서,산반,복륜의 예를 갖추고있으니, 그님의 이름은 서산반복륜이다. (초보만의 생각)
큰절 삼배로 이쁜님을 점지해 주신 산신령님께 감사의 표현을 하고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 본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내가 욕심이 많아서 눈에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나?
불가에서 집착은 금하라 했거늘...........
다시한번 심호흡을하고 돌아보니 그님이 아직도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어준다.
설마 내게도 이런 인연이..........
주위를 둘러보아도(행여 다른님이 있을까 하는 욕심에) 역시나 민추리들 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손으로 만져보니 촉감이 온다.
이제서야 신기루가 아닌 현실이구나 하고 부엽을 조금씩 치우고 ....
...............중략....................................................................
달랑 한개의 벌브가 누군가의 발에 밟혀 땅속깊이 박혀있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모성애를 보여주듯 사다리근으로 밀어올린 생강근에서 올라온 여려보이는 님이다.
님의 운명을 알려주듯 머리속에서 미인은 박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럽게 모셔서 집에 도착.
사부께 보였더니 잘 심어두란다.
초보의 생각으로는 대단한 님을 만나 사부의 칭찬을 받고 싶었는데..............
그래서 사부 말씀대로 잘 심어두었다.
한달이 지나갈 무렵 서서히 색이 탁해지더니 녹이 들어온다. 마치 예쁜님이 화장을 하듯.............
너무 예쁜 모습에 말도 걸어보지 못하고, 곁눈질만 힐끗힐끗.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있었다.
유일한 자랑거리를 주위분들에게 소개 시켜 주었더니 좋은 종자목이니 잘 모셔두란다.
조금 친한 선배는 예쁜님이 저렇게(하우스속에서,통풍도 잘안되는) 지내다가는 바람나니깐 자기에게 맡겨두란다.
초보의 생각은 오랫만에 만난 예쁜님을 매일 보고싶어 일언지하에 정중하게 거절.
제가 좀더 모시고 있겠읍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날이 오고 잠시 님을 잊고 지냈다.(다른 님만나러 다녔음,산채)
바쁜 와중에 선배소개로 난마을에 가입하고 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던중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초보들은 좋은 님 만나면 위탁배양 하라는 구절을 읽고 이거다 싶어 난실에 들어가 보니 예쁜님이 몸이 아파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탈수현상과 비스한 모양으로 잎이 말라가고 있었다)으로 나를 맞는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누구에게 묻지도 못하고(자존심이 있어서 물어볼 수 없었다) 조금씩 생명의 끈을 놓아가고 있는 님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아야만 했읍니다.
조금 일찍 난마을을 알았더라면, 아니 조금만 용기가 있었더라면,자존심을 버렸다면 그님을 이렇게 쉽게 보내지는 않았을텐데................................................................................후회막급....................
초보여러분.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부담없이 선배들과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세요.
배양하기 어려운 난은 선배들에게 위탁해놓고 선배 난실에 가서 보도록 하십시요.
사랑하는 사람도 가끔은 헤어져 있어야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된답니다.
물론 영어에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out of shight, out of mind)라고 말하지만.........
지금은 멀리떠나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신 너무도 예쁜님을 그리워하면서 초보의 늪에서 달아나려는 왕초보 녹복륜이었읍니다.


참고로 난배양에서 통풍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난은 키우는 사람의 정성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읍니다.   난을 사랑할 준비가 되신 초보님들 마음을 열고 비우세요.   그리고 난실의 창문도 활짝열어 바람이 통하도록 합시다.



사랑^김홍수 (2005-04-07 20:44:29)    
좋은 글 맛깔나게 쓰셨네요. 즐겁게 읽었읍니다.
다람이^김규봉 (2005-04-07 20:44:30)    
아.. 난을 사람에 비유한 의인법이 인상적이네요..
이야기가 참 슬픈 꼭 병원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ToT
아무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솔향내^이성일 (2005-04-07 21:48:19)    
박광수님의 마음을 알아줄 또다른 님이 광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겁니다..
난을 처음 접해서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아이들 키우는것하고는 또다른 애정이 가더군요..
광수님의 애정어린 손길을 기다리는 님이 바로 옆에있읍니다..
청널^정호철 (2005-04-07 21:58:04)    
그러면서 난초를 알고 그러다보면 좋은 蘭友도 만나게 되겠지요...

이쁜 님을 그리워하면서 정성으로 적어주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박 광수님의 마음만큼이나 이쁜 님을 꼭 만나시길 고대합니다..
난아름^백병권 (2005-04-07 22:47:34)    
죽은 자식 뭐 만지기라고...너무 아까워 하지 마시고 앞으로 좋은 님 만나실 거니...
넘 서러워 마시길 바랍니다...^^
心海^한상구 (2005-04-07 22:56:07)    
ㅠㅠㅠ 마음이 참 아프시겠습니다....환생하겠지요.

난마을에서 다시 좋은 님 다시 만나시기 바랍니다...
지자요수^조태인 (2005-04-08 01:02:36)    
좋은 글 즐겁게 읽었습니다.저는 아직도 민추리 대 주금화냐 산반화냐 **냐 갖고 씨름중입니다.어서 빨리 저 민추리의 악몽에서 벗어나야 할텐데....이구~ 초짜는 너무 슬퍼~
무등난풍^박경주 (2005-04-08 10:22:28)    
세상에 생노병사가 없으면 지구는 만원이 될거구요
아파보지 않고 살아 온 삶은 없을 겁니다.
눈에서 멀어진 님 크게 그리워 상심하지 마시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기회를 주는 법이니
때를 기다려 보심이.............

맛있게 글을 잘 쓰시네요
녹복륜^박광수 (2005-04-08 12:10:22)    
위로의 말씀들 고맙습니다.
날두고 떠난님을 원망하기보다는, 왜 떠나야만 했는지 알아보고 반성하고있구요, 다시 예쁜님을 만났을땐 다시는 떠나보내지 않으렵니다.
산채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배양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에 조용히
고개 숙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