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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생활 상식

[스크랩] 와인 전문가들의 잘못된 와인상식

by 땡초 monk 2008. 3. 5.

 

 

 

치즈와 와인, 한국인에게 있어 삼겹살에 소주만큼이나 절대진리이다. 와인바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대중까지도 치즈를 곁들여 와인을 즐긴다. 여기에 맛객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와인과 치즈, 치즈와 와인의 관계(궁합)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해 생겨난 의문이 아니라 순전히 미각에서 느껴지는 의문이었다. “와인에 치즈가 어울리지 않는데...” 그 의문은 시간이 갈수록 확신에 가까워졌고 그렇다면 왜 맛의 조합이 아닐까? 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분석도 끝냈다.


이제 와인과 치즈를 함께 먹는 건 올바른 미각이 아니다 라는 다소 도발적인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와인과 치즈가 당장에 우리 실생활을 지배하는 화두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 정신이 덜 든 채로 인터넷 접속을 한 후 평소처럼 Daum의 뉴스제목을 훑어보았다. 그 눈간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기사(아래 관련기사 참조)가 눈에 띄었다.

 

"와인에는 치즈? 다 거짓말이야"

 

어? 저건 내 생각인데 어느 누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재빨리 기사를 살폈다. 최근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을 펴낸 저자 이원복 교수와 와인협회 부회장인 김준철 원장이 만나 와인을 소재로 대담하는 형식의 기사였다. 와인에 상당한 식견을 지닌 그들답게 와인에 대한 상식부터 잘못된 선입견까지 피력하고 있었다.

 

“비싼 와인이 더 맛있다는건 분명해요.

그러나 와인이 비싼만큼 값이 좋으냐 그런건 아니죠.

 20배 비싸다고 20배 맛있는건 아니거든.”

 

이원복 교수의 말이다. 와인붐이 일면서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국내 와인바와 허영심에 들떠 바가지나 다름없는 와인을 생각 없이 마셔대는 일부 짝퉁 와인매니아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까싶다.

 

 

 

 

-와인 전문가들의 잘못된 상식

 

와인 전문가답게 일반인의 잘못된 와인 편견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한다면 또 다른 편견에 빠지게 된다. 대표적인 게 김준철 원장이 잔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잔 다리부분을 잡으며) 깡드쉬하고 김대중전대통령 건배 사진을 보면 프랑스인 깡드쉬는 잔의 볼부분을 잡고 있는데, 김대중 전대통령은 잔 다리를 움켜쥐었다고. 이렇게 잡을 필요 없어, 그 사이에 온도변화가 얼마나 일어난다고...

 

그는 정녕 와인잔의 다리를 잡는 게 온도변화 때문 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유리로 된 와인잔의 볼을 잡으면 손의 지문이 잔에 남게 된다. 그렇게 몇번 마시다보면 잔이 지저분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런 잔으로 건배를 하기라도 한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볼 대신 잔 다리를 잡고 마셔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와인은 건배의 술이기 때문이다. 김준철 원장은 깡드쉬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건배사진을 예로 들면서 잔의 볼 부분을 들고 마셔도 무방하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와인협회 부회장 맞아? 역설적이게도 그를 통해 와인협회의 수준을 알게 된다 )

 

깡드쉬가 건배시 볼을 들고 건배를 했다면 와인에 대한 몰상식이거나 김 전대통령을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볼을 잡으면 안되는 이유는 그의 대담 상대인 이교수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나와 있다.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것은 와인밖에 없다. 눈으로 색(色)을 즐기고, 코로 향을 맡고, (와인잔을 쨍 하고 부딪치며) 귀로 소리를 즐기고, 혀로 맛보고, 목으로 넘어가는 감촉과 무게를 즐긴다."

 

우리는 와인잔을 부딪쳤을 때 나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선명하고 울림이 클수록 상대와 마음이 맞는다고 느낀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볼을 들고 건배한 깡드쉬는 진정 마음을 열지도 않았고 형식적으로 김 전대통령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원복교수는 한 술 더 떠 "고기에 레드와인? 다 거짓말이야" 라고 단정짓는다. 물론 그가 와인 만화책을 낸 계기가 '신의 물방울' 이 퍼뜨린 와인의 과장이나 일반인의 와인에 대한 환상과 허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함에 있다는 건 잘 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상식까지 뒤집으려 해서는 안될 일이다. 거짓말은 누가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와인은 음식맛을 선명하고 풍부하게 해주는데 있다. 특히 레드와인은 고기의 맛을 한 층 도드라지게 해준다. 이정도면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 아닌가?

 

 

-와인맛을 해치는 치즈

 

 

와인에 치즈를 곁들이면 안되는 이유를 이원복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음식에 맞는 와인이 있다는건 거짓말이야. 고기에는 레드와인이다 이게 순 거짓말이야. 와인 선입견이 너무너무 많아. 치즈 왜 안내놓게. 치즈를 먹으면 와인 맛이 싹 사라져. 난 지금까지 와인하고 치즈를 같이 먹는 서양 사람은 본적이 없어.”

 

치즈가 와인맛을 해친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와인을 통해 입안과 혀에 낀 지방과 잡맛등을 쓸어낸다. 와인을 마신후에 남는 단짭텁텁함은 혀가 청소되었다는 방증이고 미각세포가 예민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좋은 와인일수록 그 느낌이 크다. 때문에 위에서도 언급했듯 좋은 와인은 음식의 맛을 뚜렷하고 선명하게 해 준다.

 

헌데 지방덩어리인 치즈를 먹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와인의 역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지 않겠는가? 와인의 시큼텁텁함에 치즈의 �짭텁텁함을 계속적으로 느끼다보면, 무게감에 또 다른 무게감으로 인해 미각의 부담만 더해질뿐이다. 물론 기분전환 겸 가볍게 한잔정도 마시는 와인에 치즈는 별 무리가 없겠지만.

 

참고로 와인과 생선회도 와인과 치즈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그 이유는 추후 기회로 남겨둔다)

 

서양에서 와인은 술이라기보다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보조기능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와서는 술 개념으로 뒤 바뀌고 말았다.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소주처럼 몇병씩 비운다거나 음식대신 치즈 같은 안주와 함께 마시기도 한다. 음식맛을 돋구는 보조기능의 와인이 한국에 와서는 독립을 한 것이다. 이것도 한국식 와인문화라고 인정해주어야 할지 고민해 볼일이다.  (2008.3.5 맛객)

 

 

[관련기사] http://news.media.daum.net/culture/life/200803/05/khan/v20219104.html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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